• 최종편집 2024-02-27(화)
 

지난 2010년 9월 ‘G20서울정상회’의 폐막식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폐막 연설 직후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권을 넘겼지만, 한국 기자들은 어느 누구도 질문하지 않은 장면을 봤다.

 

한국 기자들 중 아무도 질문을 하지 않는 중에 한 기자가 드디어 손을 들었다. 하지만 그는 한국 기자가 아닌, 중국 기자였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국 기자에게 질문권을 줬다고 말하며 다시 한국 기자에게 질문을 하라고 했다.

 

하지만, 한국 기자들은 아무도 질문을 하겠다고 손을 들지 않았다. 결국 한국 기자에게 부여되 질문권은 중국 기자에게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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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브리핑 후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합의된 내용을 발표 후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먼저 ABC NEWS의 Mary Alice Parks기자에게 질문하라고 했다. 기자들이 자유롭게 질문하는 백악관, 첫 번째 질문하는 기회를 받는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통상 첫 번째 질문하는 기회를 대변인이나 대통령이 지목하기도 한다.

 

이날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계속 미국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때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자, 그러면, 한국 기자로부터 질문을 받겠습니다. 여기 왼쪽에서 2명이 있군요”라고 했고, 이에 연합뉴스 강기자가 손을 들고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질문을 했다.

 

연합뉴스 강기자가 질문한 내용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 그리고 북한의 핵문제였다.

 

그리고 다시 미국 기자의 질문이 이어졌다. 계속 이어지는 미국 기자의 질문 속에 문재인 대통령이 “여성 기자들은 왜 손들지 않습니까?”라고 말했고, 약간의 정적이 흘렀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다시 “아니, 우리 한국은 여성기자들이 없나요?”라고 말했다. 이후에 다시 16초 이상의 정적이 흘렀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은 것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몸을 한국 기자단으로 돌려 바라보면서 조금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보였다.

 

이 부분에 있어서 미국 백악관은 어떻게 표현했는지 먼저 살펴보면, “PRESIDENT MOON: (As interpreted.) Yes. A lady? Our ladies do not raise their hands? Do we not have female journalists from Korea?”라고 표현했다.

 

문화적인 차이로 발생한 단어가 ‘ladies’와 ‘female journalist’란 말이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굳이 남성기자 여성기자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통상적으로 ‘가나다 신문의 아무개 기자’라고 부른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 대통령의 연설에서도 나타난다. 예전에 미국 대통령들은 문장 서두에 흔히 “Ladies and Gentlemen”이라고 시작하지만, 요즘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기자회견장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기자들이 모인 곳이기에 “Hello, everyone”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반면에 한국은 여전히 “친애하는 국민여러분”이란 단어가 여전히 사용되곤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용한 ‘ladies’와 ‘female journalist’단어는 문화척 차이로 인해 발생된 습관적인 표현이라고 보면 된다. 문제는 한국 기자들의 자유롭게 질문하지 않는 오래된 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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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질문 요청에 연합뉴스 기자가 질문하고 있다.

 

■왜, 한국 기자들은 적극적으로 질문하지 않을까?

 

먼저 옛날이야기 하나 하고 들어가려고 한다. 옛날 90년대 영국에서 공부할 때다. 교수가 강의하는데, 영국 학생들은 교수의 강의를 중간에 끊고 바로 질문을 하는 것이다. 한국 학생들에게 이런 모습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한국의 대학은 교수가 강의하면 조용히 듣고, 강의가 끝나고 ‘질문하세요’라고 하면 그때야 용기 있는 학생들 한두 명이 질문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영국에서는 교수가 강의 중에라도 적극적으로 질문하지 않으면 공부를 잘 못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 당시만 해도 한국은 자유토론, 주제발표, 에세이 작성 등이 몸에 익지 않았다. 외국 학생들이 활발하게 손을 들고 질문하고 즉각 답변하면서 자기주장을 늘어놓는 것에 비해 한국 학생들은 유교의 나라 출신을 증명하듯 매우 점잔을 빼고 있었다.

 

■한국 직업의 모든 분야에 이런 관습이 없을까?

 

한국의 대부분 직장에서 상관에게 직설을 하며 불합리한 것을 바로 건의하는 부하직원이 몇 명이 있을까? 선배가 말하면 아무 소리 못 하고 조용히 들으면서 “네”라고 답하는 것이 후배들의 미덕(?) 아니었던가? 이러한 오래된 관행이 하고 싶은 말도 당당하게 못하면서 눈치보는 한국인들로 만들지 않았던가?

 

한국 기자들의 습관은?

기자생활을 해본 사람들은 대부분 알겠지만, 흔히 말하는 막내기자가 사수와 데스크의 지시도 없이 자발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것이 가능했는가?

 

청와대가 아닌, 그나마 좀 자유로운 국회 취재현장에서도 사안에 따라 대부분 질문내용이 통일되고, 직속선배(사수)나 데스크에서 어떤 질문을 할 것인지 메시지로 받아 질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환경에서 기자들은 알게 모르게 지시를 받아 질문하는 습관이 길러진다. 또 하나는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 있어도 전체적인 질문 분위기와 맞지 않으면 돌아올 따가운 눈총 때문에 주저하는 경우도 있다.

 

질문을 자유롭게 못하는 한국 기자들, 언론사 선배들의 작품임을 잊지말아야 한다. 선배들에 의해 그런 분위기가 형성됐고, 그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언론사의 분위기가 질문을 자유롭게 못하는 한국 기자들로 만들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출입처 관행에 있다.

 

주요 출입처는 담당자가 사전에 질문할 내용을 대략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잡아주고 질문할 언론사와 기자들의 순서를 잡아준다. 국회 취재에서는 그런 장면이 거의 없는데, 이런 모습이 다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 주요정당 대선후보의 출마선언식이다.

 

이렇게 짜고치는 기자들의 질의응답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우호적인 질문이 주로 나온다. 질문순서에 들지 못한 언론사 기자들은 기자회견 당사자가 행사장을 나갈 때 옆에 붙어서 기습적으로 질문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공보담당자와 기자단과의 짜고 치는 고스톱 같은 이런 오래된 관행은 한국 기자들을 질문하지 않아도 되는 기자들로 만든다.

 

■질문하는 한국 기자로 만들려면?

 

지금까지의 관행을 버리고, 자유롭게 질문하는 한국 기자를 만들려면 최소한 그런 환경을 만들어 놓고 10년은 흘러야 한다..

 

기자들만 바뀐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데스크도 바뀌어야 한다. 더 나아가 언론사주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기자들이 자유롭게 취재계획을 잡고, 자유롭게 질문하고, 자유롭게 인터뷰해서 기사를 발굴하는 습관이 길러져야 한다.

 

또 하나는 Daum과 Naver의 기사제휴가 완전히 사라져야 한다. Daum과 Naver에 기사제휴를 하면서 취재가 아닌, 보도자료나 다른 언론사 기사를 따라 하는 어뷰징(Abusing, 언론계에서 흔히 ‘우라까이’라고 함)이 취재기사를 대체했다.

 

대형언론사 중심으로 Daum과 Naver에 자사 기사를 상단에 배치하기 위해 무분별한 어뷰징을 자행했다. 비슷한 제목에 동일한 사진 또는 약간 다른 사진 하나에 기사 한 두줄만 채워넣고 10개에서 20개 이상의 기사를 연속으로 올리면서 Daum과 Naver를 도배한다. 이것이 한국 언론의 현실이다.

 

이런 환경은 발로뛰어 취재해 쓰는 기사보다 출입처에 출근해서 배포되는 보도자료를 빠르게 기사로 만들어 올리면 되는 관행을 만들었고, 중앙부처부터 지자체까지 보도자료를 더 많이 기사로 만들어 주면 광고부터 각종 혜택을 주기 때문에 악순환이 끊기지 않고 굴러가는 한국 언론만의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일단 질문하는 습관부터 기르자!

두려움 없이 질문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미국 백악관에서 굳이 영어로 질문할 필요도 없다. 마찬가지로 지난 2010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도 한국말로 질문하면 됐다. 통역관이 있기 때문이다. 영어가 완전하지 못하다면, 의사전달이 이상하게 될 수 있으므로 한국말로 정확하게 질문하는 것이 더 낫다. 나머지는 통역관이 알아서 해줄 것이다.

 

“이 질문을 하면 선배가 뭐라고 할까? 주변의 동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내가 이 질문을 해도 되는가?” 이런 걱정을 하지 말아야 한다. 과감하게 질문을 던져라! 만약 민감한 사안을 잘 못 건드렸다면, 선배나 데스크가 알아서 할 것이다.

 

■한국에서 외국인에게 한국말로 하면 안 되나? - 영어 울렁증 극복하자!

 

영국생활 1년도 안 된, 불과 몇 개월밖에 안 된 상태에서 한국레스토랑에서 야간 매니저를 하면 공부를 하고 있던 때였다.

 

단골 영국 손님이 있었는데, 우리는 당연히 영어로 주문을 받았다. 그때 영국인이 하는 말이 “한국식당인데 왜 영어로 주문을 받나요? 한국말로 주문을 받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요? 한국레스토랑에 온다면 당연히 한국어로 메뉴 정도는 볼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말했다.

 

우리는 한국에서도 외국인을 만나면 당연하게 영어로 말하려고 한다. 한국인이 영국을 가거나 미국을 가면 당연하게 영어로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93년도 프랑스를 여행할 때 파리나 다른 도시에서도 영어로 길을 물어보면, 프랑스 사람들은 그 질문을 알아듣고는 프랑스어로 대답을 해줬다. 프랑스어를 잘 모른다고 몇 차례 말을 해도 프랑스어로 한두 번을 더 대답하다가 영어로 다시 질문하면 그제서야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대답을 해줬다.

 

한국에서 만난 어떤 외국인도 그렇게 말했다. 길을 찾고 있길래 영어로 물어보고 대답을 해주려고 했더니, 그 외국인이 하는 말이 “괜찮아요. 한국말로 해주세요. 여기는 한국이니까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해주셔도 됩니다”라며 어눌한 한국말로 대답을 했다.

 

 

 

 

한국 기자들, 외국인에게 당당하게 한국말로 질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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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απολογια]공손한(?) 한국기자 – 왜 질문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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